2017.01.02 00:50

오늘의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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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인-보보경심 려>와 <질투의 화신>으로 배우로서 새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박지영.
그녀는 숙성된 내공이 있어 빛나고, 늘 열려 있어 더욱 매력적인 여자다.

 

배우를 촬영할 때에는 신경 쓸 것이 몇 배로 더 많아지는 법이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 꼭 알아야 할 것이라든가 사소하게는 그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챙기는 것 등등. 
하지만 배우 박지영에게서는 그 어떤 조건도 전해들을 수 없었다. 


캐주얼한 티셔츠와 청바지에 플랫슈즈를 신고 약속된 시간에 나타난 박지영은

스태프들과 시원시원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컨셉트를 잘 소화해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영화 <범죄의 여왕>이 개봉했고, 두 편의 드라마 <질투의 화신>,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월요일부터 목요일 밤 시간대를 장악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나의 두 다리는 땅에 딱 붙어 있다”는 그녀의 표현처럼 시종일관 성실하고 진중함을 잃지 않았다. 
세월의 깊이만큼 숙성된 삶의 내공이 그녀를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배우 박지영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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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시한 블랙 턱시도 재킷은 발망. 드롭 이어링은 H.R.


후배들에게 무서운 선배일 것 같아요 
한 번 만나고 말 사이라면 일부러 콘셉트를 만들어서 행동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작업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사전제작으로 6개월 동안 촬영했고, <범죄의 여왕>은 한 달 동안 촬영했지만 촬영 후 후반작업도 오래 하고 무대 인사를 다닌 것만 해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니까 본래의 성품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위엄 있는 선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요. 
누나로서, 선배로서, 또 어른으로서의 조언도 가능한 한 아끼는 편이지요. 
아이를 키워보니 내가 먼저 살아봐서 아는 것에 대해 이건 이래, 저건 저래 하고 얘기를 해줘도 그 나이에는 모르더라고요. 
저도 그 나이 때에는 그랬을 거고요. 
그래서 저는 후배들과 그냥 편안하게, 격의 없이 지내요. 
그러면 그 친구들이 저에게 먼저 다가오더라고요.

 


<범죄의 여왕> 시사회에 가족들을 처음 초대했다고 들었어요. 이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게 느껴집니다 
스물여섯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젊은 날 주연을 한 것은 결코 내가 잘했기 때문이 아니었구나 깨닫게 됐어요. 
그건 제 젊음이 준 자리였지요. 


그래서 신인의 마음으로 영화를 시작해 <우아한 세계>(2007), <하녀>(2010),

<후궁:제왕의 첩>(2012), <성난 변호사>(2015)를 찍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 사이에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작업도 했고요(<바다 쪽으로, 한뼘 더>(2009), <외계인이다>(2015)). 
저는 이런 작업을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했어요. 


회사 대표에게도 말했어요. 
“나는 열려 있다. 나는 새로운 걸 좋아한다. 나를 새롭게 보려고 하고 그걸 요구하는 감독의 작품이라면 나는 일단 긍정이다”라고요.
저는 이런 과정이 쌓여서 <범죄의 여왕>이 저에게 왔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이 작품은 ‘당연히’ 제 작품이었어요. 
‘선물 같은 작품을 만났다’고 말하는 건 그런 의미예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작품을 늘 기다리고 늘 준비하고 있었어요. 아시겠지만 저는 1년에 한 작품을 겨우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만큼 대본이 얼마나 흥미로운지가 가장 중요하죠. 저한테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작품이면 더 좋고요.
저도 저의 새로운 얼굴을 보고 싶고, 관객도 그럴 것이라 생각해요. 


<범죄의 여왕>은 대본을 보는 순간 이건 ‘나의 얼굴이다’란 확신이 있었어요.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투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대본을 보고는 바로 소중히 덮어놓았어요. 
백지 상태로 함께 나오는 다섯 명의 친구들과 섞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지금까지 했던 어떤 배역보다 캐릭터 연구를 가장 덜한 것 같아요. 


영화 <하녀>나 <후궁>을 할 때에는 캐릭터의 머리 모양부터 걸음걸이까지 철저히 연구했거든요. 
그렇게 치밀하게 설정이 필요한 작품이 있어요. 그런데 <범죄의 여왕>은 그런 영화가 아니었어요.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셨고, 시사회에서 가족이 다들 감동해서

‘아내의 얼굴, 엄마의 얼굴, 언니의 얼굴을 봤다’고 말해주었을 때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 박지영으로서 정말 기뻤어요. 
작년에는 그렇게 영화 <범죄의 여왕>만 했어요. 

 

전 그렇게 20년간 연기를 해왔어요. 겹치기 출연을 한 적도 없고요. 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2년 전에 이미 약속했던 작품이에요.
드라마 <미스코리아>를 마친 뒤 서숙향 작가랑 저와 이미숙 언니가 같이 밥을 먹었어요. 
앵글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더라고요. 우린 좋다고 했지요. 그게 바로 <질투의 화신>이에요. 


작년에 영화 촬영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서 비오는 날 남편과 함께 카페에 앉아 있다가 이 작품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지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6개월 동안 사전 제작을 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월화수목으로 편성이 될 줄은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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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와 그레이 팬츠는 알에스나인(RS9). 블랙 스카프와 재킷은 제니.


"책을 굉장히 많이 읽고 대본도 정말 많이 읽어요. 
툭 치면 나올 정도로 대본이 머릿속에 있어요. 
대본을 숙지하지 않으면 그 이상을 하기 힘들고 제대로 된 뜻을 전달하지 못하지요. 
반복, 반복, 또 반복.
저는 그런 미련한 방법밖에 몰라서 한번에 두 작품을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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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화신>에서 아나운서 방자영 역할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서숙향 작가는 드라마 <로맨스 타운>을 같이 한 이후 사석에서도 만나는 사이라 저의 진짜 얼굴을 아주 잘 알아요. 
제가 카리스마 따위는 없는 사람이란 걸…(웃음). 서로 믿음이 있으니까 편하게 갈 수 있죠. 
장녹수 이미지 때문에 그런지 저에게는 카리스마 있고 자기 주장이 강한 역할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질투의 화신>의 방자영은 은근히 빈틈이 많아요. 무엇보다 서숙향 작가 작품은 캐릭터가 입체적이라서 좋아요. 
우리 작품이 또 좋은 게,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어른들은 보통 자식이나 주변 인물에게 간섭만 하지 자기 이야기가 없어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어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지요.

 


드라마에서 이미숙씨와의 갈등이나 긴장감도 흥미로운데, 현장에서는 어떤지요 
굉장히 좋아요. 
이미숙 언니가 저를 예뻐하고 편하게 대해주니까 그렇게 연기할 수 있죠. 저한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어요. 
어려우면 어떻게 연기를 하겠어요. 제 마음속에 어떻게 하지 하는 주저함이 없어요.
언니를 워낙 오래 봐왔고 진심을 아니까요. 
둘이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해, 나는 이렇게 할게’ 하고 서로 얘기하면서 맞췄어요. 
둘이 정말 잘 맞고 현장에서도 다들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이미숙씨와 똑같이 입었던 레드 슈트가 무척 섹시해서 놀랐어요
평소에는 사파리 재킷, 운동화, 청바지, 티셔츠, 남방 등 캐주얼한 옷을 입어요. 
부산영화제 레드 카펫에 서기 전에는 일주일 동안 거실에서 하이힐을 신고 다니며 연습을 했는데도 잘 안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를 섹시하고 카리스마 있고 강하게 보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저 편안한 사람이에요. 
아마 저에게 나쁜 소리를 들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걸요. 저를 내세운 적도 별로 없어요. 
보통은 그냥 참는 편이니까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는 완벽주의자인 ‘황후 유씨’로 열연 중이죠. 현대극과 사극의 다른 점은 뭔가요 
현대극은 서른편도 넘게 했고 사극은 <장녹수>와 <천명>뿐이었는데, 사극에서의 인상이 강했나 봐요. 
많이 기억해주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사극도 좋아해요. 
사극에서의 제 얼굴이나 톤이 흥미로워요. 
무엇보다 사극은 분장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게 배우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몰라요. 
황후 유씨 분장을 하고 있으면 현장에서 농담을 해도 어색할 정도예요. 
그리고 한복은 굉장히 화려해서 오히려 입는 사람이 돋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실제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저는 화려할수록 잘 어울린다고 해요. 그래서 분장하는 친구들이 재미있어하고 자꾸만 더 많이 해줘요. 
제가 농담으로 ‘금녀다 금녀’ 그래요.  분장을 보는 재미로 20회까지 봐도 흥미로울 거예요.

 


드라마에서 홍종현, 백현, 지수와 함께 연기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아이돌과 함께 연기하면 자녀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제 딸들은 외국에서 살아서 잘 몰라요. 백현은 알더라고요. 
요즘 젊은 배우들은 애티튜드가 참 좋아요. 
오히려 옛날에 저희 어릴 때는 배우라고 폼도 잡고 분위기도 잡고 밴에서 안 나오고 그랬어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현장에서 잘 어울려요.
1, 2회 방송도 맥주집에 모여서 다 같이 본걸요. 촬영하는 6개월 동안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새로운 팬도 많이 생겼지요 
얼마 전에 딸 같은 아이에게서 팬레터와 꽃을 받았어요.
꽃을 돌려보내고는 ‘마음만 받을게, 이런 거 주면 아줌마 부담스러워. 마음 상하지 말고 진짜’ 이랬어요. 
저도 딸에게 용돈을 주는데 아이가 돈이 어디 있겠어요.

아이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진 않지만 그런 걸 넙죽 받는 것도 이 아줌마가 해선 안 될 일이죠. 

 

지난번에는 영화 홍보차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나갔어요. 
생방송 중에 예전에 저를 좋아했던 팬이 ‘언니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라고 했는데,

결혼해서 서른세 살이 됐어요’ 이런 내용으로 사연을 보냈어요. 엄청 감동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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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니트 원피스는 폴카, 진주 네크리스는 스튜디오 식스, 하이힐은 카렌 화이트.


"원래 제가 에너지가 좋아요. 
하지만 에너지는 쓰면 결국 소진되는 것이라 충전이 필요하지요. 
1년 전에 영화를 찍었고, 드라마는 4년 만에 컴백이에요. 개인생활과 일을 잘 분배해요. 
지금은 일할 때의 에너지를 쓰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죠. 
제가 영화나 드라마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기꺼이 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데뷔한 지 27년이 되었어요. 그 시간 동안 ‘업앤다운’ 그래프를 그리면 어떤 모양일까요 
시작하자마자 ‘업’이었죠.  그러다 한창 잘나갈 때, 스물여섯에 결혼을 선택했어요. 
사람들은 ‘다운’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까 그것도 ‘업’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그 사람이 정말 좋아서 결혼했거든요. 보통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인기를 누리고 CF를 찍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어디에다 감사해야 할지도 몰랐고 두렵기도 했거든요. 
어떤 사람은 배우가 되기 위해 영화를 500편을 보며 노력했다는데,

저는 미인대회에 나가서 ‘춘향’으로 선발되었다가 MBC 19기 공채 탤런트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서야 처음으로 쉬어본 거예요. 그때 의도적으로 쉰다는 게 어떤 건지 알았어요. 

 

내가 인생을 주도하면 덜 괴롭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한 것 같아요. 
첫아이를 낳고 <욕망의 바다>를, 둘째아이를 낳고 <꼭지>란 드라마를 하면서 내 선택이 옳았고, 잘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서른여덞즈음, 신랑이 방송사(SBS)를 그만두고 베트남에 가게 되었어요. 
‘지영아, 가자!’ 했을 때 저는 뒤도 안돌아봤어요. 

제 좋은 성격이 그거예요. 그러고는 신인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시작했지요. 
영화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니 배역이 들어올까 싶었는데 오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업’, ‘다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대로 잘살아가고 있고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일하려면 남편과 아이들이 날 놓아줘야 하잖아요. 
3개월 정도 한국에서 일하다가 베트남에 가면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죠. 고맙고 미안해서요. 
그런 생활을 10여 년 정도 하면서 여행자처럼 살았죠. 
저는 가족 중 누구를 희생하면서 제 것을 얻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도 좋고 가족도 좋아야지요. 
그래서 촬영기간이 긴 시리즈 작품은 찍을 수 없었어요. 그런 제약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 큰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정도로 아이들이 성장했으니 새로운 시점이 됐어요.

앞으로 계획과 맡고 싶은 배역은 어떤 건가요 
인생이 목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전 잘 알고 있어요.
예전에 ‘칸느에 가면 좋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지영아. 너 칸느에 갈 것 같아. 그런데 가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런 걸 목표로 삼는 게 아니야.’ 
이루어지면 꿈이 사라지잖아요. 희망이 있으니 지금이 좋아요. 
저는 계획을 많이 세우거나 하진 않아요. 
이번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영국에서 공부하는 큰딸을 만나러 신랑과 함께 영국에 가기로 했어요. 
지금 계획은 그게 다예요.  이 작품 끝나면 딸에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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